2025. 10. 29. 15:20ㆍ경제
운전자들이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말은 아주 정당한 표현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해마다 꽤 많은 ‘자동차세’를 지불하지 않으면 차를 몰고 다니거나 심지어 길가에 차를 세워둘 수도 없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도 비슷한 세금이 있다. 가스와 디젤 연료에는 사람들이 크게 불평할 만큼 높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2000년 가을 영국에서는 높은 자동차 연료비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기름 운송을 방해하여 자동차 연료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의 운전자들은 매년 자동차나 자동차 연료에 붙는 세금으로 200억 파운드를 내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천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운전자들이 충분히 비용을 치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이보다는 “운전자들이 올바른 비용을 치르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더 정확할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격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가 연간 자동차세를 납부한다면 시내를 운전하고 다니는데 지불해야 하는 평균 가격은 아주 높다. 하지만 도시에서 추가로 주행하는 데 지불하는 가격은 낮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연료가 크게 소요되지 않는 데다 아무리 많이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추가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돈을 내고 자동차를 몰고 거리로 나올 수 있는 권리를 얻고 나면, 적게 돌아다닌다고 해서 가격을 할인받는 것도 아니고, 더 많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세금이 더 붓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평균 가격과 추가로 주행하는 데 드는 한계 가격의 차이다.
이 두 가지 가격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술에 관한 사례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대학에 다닐 때 동아리와 단체에서 주최한 파티에 가보면 어떤 사람은 아예 술을 마시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너무나 많은 술을 마시곤 했다. 파티에는 두 종류의 입장권이 있었다. 10파운드 정도의 돈을 주고 표를 산 사람은 무한정으로 술을 마실 수 있었던 반면, 가격이 저렴한 표를 산 사람은 무한정으로 술을 마실 수 있었던 반면, 가격이 저렴한 표를 산 사람은 싸구려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한쪽 구석에서 술 마시는 아이들의 꼬락서니를 지켜봐야 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표를 사고서 맥주 한두 잔만 마신다면 너무 비싼 거래를 한 셈이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무제한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살리거나, 아니면 아예 마시지 않는 선택을 했다. 어떤 사람은 아주 좋은 파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난장판이었다.
대학에서는 알코올 중독을 염려하여 다음 파티에서는 입장료를 20파운드로 올렸다. 그러자 일부는 싸구려 음료권을 바꾸거나 아예 파티를 포기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 없는 파티를 원치 않았다. 지갑을 더 많이 비워야 했던 이들은 파티가 끝나면 자신들의 위장 속 내용물을 더 많이 비워냈다. 사람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고 생각한 주최 측은 술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문제는 술에 몇 가지 가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선 평균 가격이 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권리와 가격이 10파운드라고 하면 스무 잔의 술을 마시는 학생이 부담하는 술 한잔 의 평균 가격은 50펜스다. 그다음으로는 한계 가격이 있는데 이는 제로다. 일단 술을 마실 수 있는 표를 사고 나면 얼마든지 술을 추가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당신이 대학 당국자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a) 음주 입장권의 값을 올린다.
(b) 오렌지 주스의 품질을 올린다.
(c) 입장료를 없애고 술을 마시는 만큼 돈을 받는다.
오렌지 주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경제학자는 대안으로 (c)를 추천할 것이다.
이제, 교통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이 문제는 학생 파티에 비유해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운전자들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는 상당한 금액의 입장료를 내고 원하는 만큼 맘껏 운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운전을 안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오렌지 주스’ 안으로서,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는 것이다. 학생 파티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선택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 많은 사람은 첫 번째 선택을 하고 있다.
이제 당신은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a) 운전을 위한 기본료 인상
(b) 더 나은 ‘오렌지 주스’ 공급(버스 운행을 늘리고, 기차 서비스를 개선하고,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건널목 늘리기)
(c) 기본료를 없애고 운전하는 만큼 징수
이러한 대안들은 어느 정도, 어쩌면 차량정체를 상당히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처방은 대안 (c)이다. 운전자들은 ‘진실의 세계’에 살지 않는다. ‘외부효과’ 혹은 비 관계인에게 해를 끼치는 부작용을 포함해 그들 행동의 진정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대한 (c)는 그러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다. 우리는 이를 외부효과에 대한 비용 청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모든 잠재 운전자는 파티에 가는 학생들과 똑같은 처우를 제안받고 있다. 상당한 돈을 내고 그 대가로 제한 없이 술을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든지, 아니면 돈도 내지 않고 대가도 받지 않는다. 중간은 없다.
학생 파티는 술 한 잔에 평균 50펜스라는 사실에 크게 활기를 띠지 않는다. 학생 파티의 분위기를 돋우는 술을 추가로 마시더라도 항상 무료라는 사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차량정체는 자동차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비용이 평균 50센트라는 사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더 주행해도 언제나 무료라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는 운전자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큰 비용을 치르느냐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물론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어떤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분배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해도, 이는 거리가 막히고 도시가 오염되는 것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차량정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운전자가 한계적으로 지불하는 가격, 즉 운전자가 추가 주행을 하는 데 지불하는 가격이다. 결국 자동차로 얼마나 운전하느냐가 문제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에게 한 잔당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음주 수준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교통 당국은 차를 몰 때마다 돈을 내게 해서 적절한 운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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