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0. 12:24ㆍ경제
복잡하고 어렵고, 거기다가 위험하기까지 한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금융에 대해 공부하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로 동반돼야 한다. 금융에 대한 이해력, 즉 금융지능에 대해서 심층적인 연구를 해온 한국개발연구원 천규승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금융 흐름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바뀌는 정보에 대해서 재빠르지 않으면 금융 이해력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내가 접하는 금융 환경과 나이가 들어 성인이 돼서 접하는 금융 환경이 너무 달라지기 때문에 어릴 적 금융이해력이 그대로 유지돼서 성인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정보가 자꾸 필요한 거죠.”
금융 생활을 좀 더 효율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이뤄서 좀 나은 풍요로운 세상을 살기 위해서 개개인에게 필요한 자질이 금융 지능이다. 천규승 박사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 돈이 어딘가에 멈춰 있다가 돌기도 하고, 내 주머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기도 하는 흐름을 금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돈의 흐름이라는 것이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굉장히 의미가 달라졌죠. 공장들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조달해 주는 곳이 금융기관이다, 라는 인식이 강했고 일반인들과 금융회사는 별로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금융에 대해서 특별히 지식이 없어도 ‘저금이나 좀 할까’ 생각하는 것 이외는 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죠. 그러나 금융상품이 점점 발달하면서 이제 금융은 더 이상 ‘산업의 지원’으로서의 의미만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죠. 갑자기 병이 나서 목돈이 필요한 것을 대비해 보험상품에 들 수도 있고, 여윳돈이 있어서 돈을 굴리고 싶은 경우에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적금의 형태밖에 없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에 사고가 났을 때 그 위험성이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금융 덕분에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이제는 사람들이 금융의 기본 원리를 얼마만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금융에 관한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금융 시장과 매일 쏟아져나오는 상품들을 분석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증권회사 직원조차 ‘썩은 사과’를 제대로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법무법인 한누리 전영준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증권회사 직원도 본사에서 나온 교육자료 팸플릿 보니까 그럴듯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도 뭉칫돈 모아놨다가 투자한 거죠. 그런데 그 상품이 잘못되어서 소송을 당했습니다. 그러자 그 증권회사 직원이 어느 날 조용히 우리 사무실에 전화한 거죠. ‘저 이 펀드 판매한 직원인데 저도 손실을 봤습니다. 저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직원이 팔고 난 다음에 너무 후회돼서 본인이 권유해서 그 상품을 구매한 고객분들을 모시고 와서 소송하라고 저희한테 권유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금융회사 종사도 헷갈리는 금융상품이라면 일반인들이 스스로 금융상품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나의 수입과 지출을 고려해 내 인생 전반에 걸친 맞춤형 상담을 해주고, 여러 가지 금융상품의 장단점을 분석해 진심으로 조언해 주는 전무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들이 소속한 금융회사를 위해서 우리에게 상품을 권하는 직원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우리를 위해서 어떤 금융상품이 나을지 권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전문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물론 국내에도 금융 자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험상품 판매원이나 은행에 소속된 금융 자문들이다. 또 ’재무 상담사‘ 또는’재무설계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개인의 수입과 지출, 부채 등과 같은 총체적인 금융 상태를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 가장 효과적인 재무 계획을 수립해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특정 금융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만을 생각해서 고객의 형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의 말이다.
“ 지금은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해서 금융상품 판매망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문업계가 워낙 취약하다 보니까 금융상품의 판매업자인 보험회사에 종속되고, 또 이해관계 역시 그들과 독립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금융상품 추천에 있어서 본인들이 고객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생각한다기보다 아무래도 판매 보수가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죠. 불공정 거래의 우려가 매우 큽니다.”
자신에게 아무런 수익도 생기지 않는다면 고객을 생각해서 각종 상품을 비교·분석이고 추천해 주는 ’봉사‘를 할 사람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상담사, 즉’독립 재정 상담사‘이다.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이해관계와는 독립해서 따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문 대상인 고객이 최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미국과 영국, 홍콩에서는 이미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상품의 판매에 따른 수수료가 아닌 좋은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자문료를 받으며 금융회사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가들이 양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자신의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격증 제도와 상담사들이 자신의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규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또한 독립 재정 상담사들은 자신들이 독립적인, 즉 모든 상품 제공자의 모든 상품을 파는지, 아니면 몇 개의 상품과 제공자로 한정되어 있는지 공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객은 자신이 좋은 상담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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