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가 금수저를 이기는 법!!!

2025. 11. 4. 09:58경제

 역사에 대해 우리가 크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있다. 역사는 강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사실은 약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약자가 강자를 이긴 기록이다. 약자가 강자가 돼가는 과정에 인간은 감동하고 희열을 느끼는 것이며 승자가 된 이후에 이 과정을 기록한 것이 역사다.

 

 인간은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희열을 느끼고, 약자에 자신을 투영하여 강자를 쓰러뜨릴 때 대리만족을 느낀다.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 약자가 강자를 물리친 경우는 허다하다. 조조의 수십만 대군을 화공으로 제압한 삼국지의 적벽대전이나 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 열세 척이 명량에서 일본 수군 300척 이상을 격퇴한 해전은 모두 약자가 강자를 이긴 사례다.

 

 보스턴 대학의 아레귄 토프트 교수는 19세기 이후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쟁 200여 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결과를 보니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28%에 달했다. 3분의 1이 약소국이 승리였다. 19501999년 동안에는 약소국의 승전율이 50%를 넘겼다. 게릴라전 같은 변칙 전술이 발전한 것이다.

 

 세계 최강 미국도 베트남전쟁에서 졌다. 마찬가지로 기업 세계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긴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사실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기업은 약자였다.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스타벅스, 아마존, 구글, 테슬라와 같은 초대형 회사들도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약자였다. 한국의 최대 기업인 삼성도 대구에서 마른국수를 팔던 아저씨 가게에서 벗어나며 삼성이 된 것이다. 서울에서 경일 상회라는 가게로 쌀장사를 시작한 청년이 차린 회사가 현대다. 전주에서 포목상을 하던 구 씨와 사돈인 허 씨가 직접 가마솥에 원료를 붓고 불을 지펴 국내 최초의 화장품 동동구리무’(럭키 크림)를 만들면서 커진 회사가 LG.

 

 우리는 이미 강자의 모습만 보기 때문에 그들이 전에는 약자였고 당시 강자들을 이기고 그 자리에 올라선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존 시장의 강자 전략과 차별화하여 1등을 무력화하면 그 자리에 올랐다. 강자는 강자이기에 갖고 있는 약점이 있다. 그 약점 때문에 싸움이 불가능해 보이는 약자와의 싸움에서 엄청난 강자들이 번번이 넘어가 버린다.

 

 강자들은 그 규모 자체가 커 변화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알아도 실행이 더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약자가 전략을 바꾸고 빠른 속도와 실행력으로 도전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이다. 약자가 계속 약자로 머물거나 강자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자를 이길 생각을 하지 않아서다, 기싸움에서 이미 지고 있기 때문에 도전 의식이 생겨나지 않고 도전할 마음이 없으니 실해도 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호저(몸무게 1327kg의 쥐를 닮은 당찬 동물)는 사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자에게 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에나도 사자가 잡은 먹이를 빼앗아 먹으며 산다. 이들의 집요함과 물러섬 없는 도전에 사자조차 먹이를 내주고 만다.

 

 생각을 바꾸면 강자야말로 약자의 밥이다. 이들이 보지 못하는 곳이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 개선하고 도전하는 일은 약자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강자를 겁낼 이유가 전혀 없다. 나 역시 사업 초기에 이미 있던 거대한 경쟁자를 겁낸 적이 없다. 그들의 시장을 대신할 아이디어가 많았고 작은 조직이라서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하나의 매장으로 시작한 우리 회사가 3,000개의 매장을 가진 회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던 것은 우리가 작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000개 매장을 가진 회사를 우리의 시장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20181016일 토론토에서 전 세계 몇 개 회사와 합병 관련 회의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합병 결정을 마친 바로 그 시간, 참석자 중의 한 명이 우리 경쟁 회사의 기사가 떴다며 기사 내용을 알렸다. 15년 가까이 우리 회사 때문에 성장에 발목이 잡혀 있던 그 큰 회사가 결국 매각된 것이다. 내가 전 세계 11국에 3,000개가 넘는 매장과 8,308명의 직원을 고용한 글로벌 외식기업의 대주주가 되던 순간, 업계의 전설이던 상대 오너는 출구전략을 통해 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그는 끝까지 멋진 경영자였다. 우리 회사 때문에 애를 많이 먹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지만 단 한 번도 부정한 방법이나 도의를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고 경쟁을 이어갔다. 멋진 경쟁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우리가 약자이던 시절에 나는 무서움이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 이름도 모를 작은 회사가 독특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우리 발목을 잡는 날이 있으리라는 것을 안다. 이제 공격만 하면 되던 우리의 시절은 지났다. 방어와 공격을 같이 해야 하는 강자가 된 순간, 자칫 방심하면 약자에게 쓰러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를 쓰러트릴 회사는 강자가 아닌 약자이기 때문이다.

 

 흙수저는 금수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금수저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덩치가 큰 코끼리나 기린은 한번 주저앉으면 일어나기 어렵다. 반면 여우는 그사이에 열 번도 더 뛰어다닐 수 있다. 차별적 변화를 찾아 빨리 움직이는 것은 약자만의 장점이다. 아무리 힘센 남자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윗옷을 벗어 던지며 달려드는 남자와 싸워 이길 수 없다.

 

 생각을 바꿔보면 약자가 강자의 밥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의 밥이다. 결국 강자는 이미 가지고 있기에 강자가 아니며, 강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강자인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그렇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