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마다 품성이 다르다!!!

2025. 11. 5. 10:30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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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그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을 갖는다. 돈마다 성향도 있고 기질도 있어서 고집이 센 돈도 있고 배짱이 두둑한 돈도, 물러터진 돈도 있다. 집에 있기 좋아하는 돈도 있고 집 밖에 나가면 절대 들어오지 않으려는 돈도 있다. 한 부모 안에 태어난 자식이라도 각기 취향과 성향이 다르듯 돈도 마찬가지이다.

 

 고된 노동으로 번 돈과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은 수입, 카지노에서 번 돈, 저축에서 생겨난 이자 같은 똑같은 1,000만 원의 액면가라도 결코 같은 돈이 아니다. 같은 돈이 아니기에 어떤 돈은 죽어라 붙어 있으면서 돈값을 못 하기도 하고 어떤 돈은 쉽게 사라지고 어떤 돈은 다른 돈을 불러들이며 어떤 돈은 있는 돈까지 데리고 나간다. 태어나는 방식에 따라 돈의 품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벌 때는 가능하면 품질이 좋은 돈을 벌어야 한다. 품질이 좋은 돈이란 당연히 정당한 방법으로 차곡차곡 모아지는 돈이다. 급여 수입이나 합리적 투자나 정당한 사업을 통해 얻는 모든 수입이다. 자기 아이디어와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내 인생의 유일한 자산인 시간을 남에게 주고 바꾼 가장 애착이 가고 자랑스럽기에 어떤 돈보다도 소중하다. 이런 돈은 함부로 아무 곳에서나 사용하지 못하며 이런 돈이 모여 자산이 되어 투자나 저축을 통해 이자를 만들어내면 마치 아들보다 더 예쁜 손자손녀 대하듯 귀해진다.

 

 반면 이런 귀한 돈에 비해 일확천금은 품질이 좋지 않다. 카지노에서 딴 돈은 다음 카지노에서 다른 돈까지 데리고 나가고, 사기로 얻은 돈은 사치와 방탕한 생활을 하는 데 사용되어 인생을 그르치게 된다. 투기에 가까운 투자나 급하게 부자가 되려는 마음으로 무모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운 좋게 벌어들인 돈도 남에게 자랑하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결국 모든 돈을 데리고 한꺼번에 집을 나가버린다. 때때로 나쁜 돈은 주인을 해하거나 그의 가족을 무너뜨려 버린다.

 

 좋은 돈을 모으려면 삶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돈의 주인이 좋은 돈만을 모의겠다고 마음먹으면 저절로 돈이 붙어 있게 된다. 욕심을 부리지 않기에 오히려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행동이 반듯해서 허풍스러운 곳에서 술값으로 돈을 버리지도 않는다. 불로소득을 바라지 않기에 어디 가서 망신을 당하는 일도 없고 공돈을 기대하지 않기에 비굴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이런 사람에겐 기회도 더 생기고 행운도 많아진다. 품성이 좋은 자산이 많이 몰려와 가족을 해치지 않고 뭉치게 만든다. 설령 행운처럼 생긴 자산도 이미 좋은 품성을 가진 돈 사이에 섞이면서 좋은 성품을 지닌 돈으로 변형되어 간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사관학교에 들어가 그 학교의 규율과 학풍을 배워가며 하나의 가치와 규범으로 동료가 되어 장교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이렇듯 친구를 가려 사귀듯 돈도 가려 모아야 한다. 그렇게 모은 돈은 많을수록 좋다. 견고하게 당신과 당신 가족을 지켜주며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남아 당신의 인생을 지켜주며 부자로서 존중받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맨해튼에 비가 내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34번가 앞에 있는 100년도 넘은 유물 같은 메이시 백화점에 가족과 함께 들렀다. 백화점 정문 바닥에는 이 회사의 역사를 적어놓은 동판이 하나 놓여 있었다. 얼마나 많은 자본과 재화 그리고 부자들이 이 문을 거쳐 저 동판을 밟고 지나갔을지 상상해 봤다. 그런데 그때 40세 정도 되어 보이는 걸인 동판 앞에 앉더니 부슬비를 그대로 맞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정을 구하기 시작했다. 도움을 구하는 종이에 쓰인 글을 보니 제법 교육받았던 사람인가 싶었다.

 

 이미 늦은 밤인데 저녁도 하지 못했나 싶은 마음으로 주머니에 있는 얼마 안 되는 현금을 구걸 통에 넣어주고 다시 처마 밑으로 돌아와 서 있었다. 몇몇 사람이 주머니 안에서 동전을 꺼내 던져주었고 이후 더 너그러운 인도 여자가 제법 큰 단위의 종이돈을 건네주었다. 그제야 그는 저녁값이 마련됐는지 일어서서 몇 안 되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컵 안을 살피던 그는 여러 사람이 준 동전들 사이에서 동전 몇 개를 골라내더니 길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문구가 적인 종이판이 비에 젖을까 봐 걱정되었는지 배낭과 등짝 사이에 끼고 사라져 버렸다.

 

 그가 사라진 자리엔 3페니(11)가 버려져 있었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동판 위를 밟고 지나갔지만 아무도 페니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비를 맞으면서 몇 걸음 걸어가 적은 3페니를 손톱으로 집어 손에 담았다. 사시 미국에서 3페니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작은 돈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결코 큰돈을 다루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보석을 줍듯 소중히 주웠다. 그제야 쇼핑을 끝낸 아내와 아들이 페니 2만 개도 남게 지급한 운동화 두 켤레를 사 들고 나왔다. 나는 오른손 바지 주머니에 넣은 동전 세 개를 만지작거리며 이 동전들은 돈의 씨앗이다라고 중얼거리며 두 사람 뒤를 따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작은 돈이 사람을 부자로 만들고 큰돈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 맨해튼의 거지는 10년 전에는 나보다 부자였을지도 모른다. 맨해튼 금융가에서 큰돈을 다루는 일을 하다 실수를 저질러 파산했는지도 모른다. 작은 돈을 함부로 하고 큰돈만 좇다 그렇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사이 가난한 이민자로 수없이 실패했던 동양인은 맨해튼 5번가에 베란다가 있는 집을 하나 더 사서 주말에 가끔 놀러 오는 부자가 되었다. 작은 돈을 소중히 대했더니 큰돈을 다 데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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