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 18:14ㆍ경제
세상은 인간 속에 들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각종 서류 대신 말 한마디로, 말 대신 노래로, 노래 대신 눈빛만 봐도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간편할 것인가. 그렇게만 된다면 회사에서 겪게 되는 갈등도 오해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비슷하긴 해도 정확한 의사전달이 이뤄지지 않아서 겪는 시행착오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전화나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그 답답함은 더 자주 느끼게 된다. 오해와 갈등이 감정 대립으로까지 이어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렇게 지시했는데 저렇게 했다!”
“아니다. 나는 저렇게 하라고 전달받았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책임 공방이 벌어진다. 부서가 다르거나 회사가 다르다거나 하는 문제를 확대해 인종과 나라에까지 다다르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훨씬 더 깊어진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는 굳이 말 대신 문서로 업무를 처리하고 보고를 하게 될까. 문서가 가진 장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다.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면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임을 알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 인간이란 존재의 내면 세계, 인간이란 존재의 심리 상태를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기업 인류학자인 김중순은 『문화를 알면 경영전략이 선다』라는 책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겪었던 기업의 실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아랍 국가에서 술과 돼지고기가 금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돼지가죽으로 만든 제품까지도 금기 사항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어떤 미국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행할 중요한 사업계획을 오랜 기간 훌륭히 작성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그 계획서를 들춰보지도 않았다. 그 계획서를 보기 좋게 만든다고 계획서의 표지를 가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질문을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예’를 동의와 승낙의 표시로 이해해서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일본인들에 대해서 알지 못해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기업 신조는 ‘전략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이다. 오해와 갈등이 반복되는 원인은 통신수단의 문제도 인종과 언어의 문제도 아니다. 결국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 부족,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몽골 유목인의 리더였던 칭기즈칸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유별났던 사람이다.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곧 전쟁의 승리요, 제국의 통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기록을 살펴보면 그 자신이 통솔했던 몽골 유목민들에 대해서 훤히 꿰뚫고 있었다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우선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았다. 후대의 학자들은 칭기즈칸이 남긴 말 중에 함축적 의미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것들을 골라 ‘빌리크’ 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놓았다. 격언 또는 잠언이라는 뜻이다. 그중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나의 부하) 예순베이는 참으로 훌륭한 용사다.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고, 피곤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모든 아랫사람이 자기 같은 줄 안다. 자기만큼 하지 못하면 버럭 화를 낸다. 그런 사람은 절대 지휘관이 될 수 없다. 군대를 통솔하려면 병사들과 똑같이 갈증을 느끼고 똑같이 허기를 느끼며 똑같이 피곤해야 한다“
일자 무식쟁이로 알려진 칭기스칸이 한 말이다. 물론 부하였던 예순베이를 비난하거나 탓하는 말이 아니다. 지휘관이라면 아랫사람과 함께 뒹굴 수 있을 만큼 모든 걸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신임하는 부하의 예를 들어가면서 강조한 것이다. 인간을 모르는 사람, 타인을 모르는 사람은 혼자서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지휘자는 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야만인’으로 불리던 사람이 이처럼 날카로운 역지사지의 통찰력을, 그것도 살육전이 벌어지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펼쳤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몽골제국의 이민족 포용 정책은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른 정복지 사람들도 쉽게 몽골제국의 백성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 노예나 포로에게도 무한한 가능성과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 이 점은 칭기즈칸의 손자인 멍케칸 시절, 프랑스 국왕 루이 9세가 파견한 프란체스코회 소속의 수도사 루브루크가 남긴 『루브루의 몽골 여행기』 에 잘 기술되어 있다.
”멍케칸이 이슬람의 이맘, 불교의 승려, 무당, 라마승, 기독교 수사들에게 둘러싸여 축수를 받는 것을 보았다. 몽골제국에서는 네스토리우스교도들이 활동 중이며 적지 않은 몽골 귀족들이 기독교 세례를 받았다. 기독교·이슬람·불교·도교·샤머니즘이 뒤섞이고 서로의 존재를 다양하게 느끼면서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게 된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이해하지만 타인은 본질이 아닌 추상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수직적인 상하관계의 조직에서는 이런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사람의 속사정은 외면한 채 선입견을 갖고 간단히 평가하는 조직에서는 생산성이나 화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최고로 잘하는 사람만을 선호하는 엘리트주의가 만연해 왔다. 그러나 지친 엘리트주의는 오류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자.
일을 하면서 우리는 흔히 제도부터 생각한다. 월급제냐 연봉제냐, 출퇴근제와 포상제, 회의 시간은 어떻고 인사고과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그러나 이렇게 제도나 하드웨어만 생각하다 보면 정작 핵심적인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문제, 사람의 문제이다. 인간의 문제를 빼고 제도개선, 제도 도입만 외치다 보면 공허한 논리로 흐리기 마련이다. 리더라면 제도·기계·예산 등등에 눈을 돌려야 할지 그보다 앞서 인간의 이해가 급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급하다고 인간의 심리를 외면한 채 법규와 승진 월급 등을 지렛대로 삼아 부하를 기계처럼 다루어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기계를 다루는 인간을 빼고 기계 노후화 설비 개선이나 예산 투입만 말하다 보면 이 역시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누가 그 일에 적임자인지, 조직원은 각기 최선을 다했는지 등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간과할 수 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직원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의 내면세계 심리상태를 얼마나 꿰뚫고 있는가. 리더가 인간에 대해 연구하고 이해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넘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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